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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소설

<부자>

by moontopia 2024.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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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능을 망치고 들어간, 기숙형 재수학원을 다니던 시절 나에겐 6명의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휴대전화도 없이 쉬는 시간을 오직 친구들과의 수다로만 연명하던 시절이었다.

재수학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나갈 수 있었다.

휴가를 나가던 때에 한 친구의 부모님이 벤츠를 타고 오셨다.

'저 친구는 엄청나게 부자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 벤츠를 타고 갔던 친구에게 너의 집은 원래 부자였냐고 철없이 물어봤다.

아무런 감정 없는 순수한 질문이었다.

친구는 자신의 집이 원래 부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30평대의 아파트에 사는 집이었다고 했다.

 

“그럼 너희 집은 어떻게 부자가 된 거야?”

 

나는 원래부터 부자인 줄 알았던 친구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우리 부모님은 원래 음식점을 운영하셨어.”

 

친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원래 음식점을 운영하셨는데, 어머님의 음식이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아, 그래서 음식점을 계속 확장하신 거야?”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음식점이 잘 되어갔는데, 이번에는 분당의 서현역으로 음식점을 옮겨서 차리셨다고 했다. 음식점은 날로 잘되어갔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음식점을 확장하는 김에 술집까지 같이하는 식당으로 변경하셨다고 했다. 서현역의 번화가 한복판에 술집 겸 식당을 하는데 그것도 장사가 엄청나게 잘 됐다고 했다.

 

“아, 그래서 네가 이렇게 부자가 된 거야?”

 

“아…맞긴 한데 그게 다는 아니고…할아버지가…”

 

친구는 난데없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에서 유명한 ‘타짜’였다고 한다.

4명의 팀으로 만주와 중국의 도박판을 휩쓸어 엄청난 돈을 모으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3명의 친구와 함께 돈을 나눠 갖고 들어와 당시에 서울에 가장 큰 호텔을 사려고 하셨단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의 친구가 돈을 갖고 도망쳐 전 재산의 4분의 1만 남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돈도 엄청났었기 때문에 지금의 경기도 광주의 땅을 모조리 샀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신 씨 집안 땅을 안 밟고는 광주 땅을 못 지나간다’는 말이 실제였다.

 

친구는 말을 이어갔다.

술집이 잘 되던 차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광주 땅을 전부 상속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잘되던 가게도 팔고 지금은 부동산업만 하고 살고 계시다고 했다.

 

#2

 

이야기를 듣고 재수학원 6명의 친구 중 다른 친구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그러던 와중에 다른 한 명의 친구도 부자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번에도 나는 친구에게 순수하게 물어봤다.

 

“너희 집은 어떻게 부자가 된 거야?”

 

친구는 많이 들어본 질문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사실 우리 할아버지 때는 부자가 아니었거든, 근데 할아버지가 그때 땅을 좀 가지고 계셨데…”

 

“그런데?”

 

“그 땅이 지금 삼성동 코엑스 있는 곳이야.”

 

#3

 

영화 ‘명당’을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온다.

세도가문인 안동 김씨에게 후대에 부귀를 누리려면 강남 쪽 땅을 사라고.

현실을 풍자해 넣은 대사였지만 과거부터 풍수지리 설을 맹신했던 조상들의 땅 사랑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유효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돈을 많이 번 기업과 연예인들 모두 그 돈을 이용해 다시 부동산과 건물로 재투자해 돈이 돈을 낳고 있다. 몇십억의 차익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한 지고지순한 땅 사랑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어느 순간 나 또한 '조물주'보다 높다는 '건물주'가 장래희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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