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쓰는 소설

<4초>

by moontopia 2024. 1. 30.
반응형

 

어느 오후 한 남자가 반포대교 중간에 서 있다.

남자는 죽기를 결심한 듯, 구두를 벗어 가지런히 놓는다.

난간에 올라 서서히 지는 해를 바라보다, 20대의 남자는 뛰어내린다.

회한 가득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초]

학창 시절이 잘못되었을까?

 

남자는 자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자부했다. 중학교 시절 그는 반에서 늘 1등이었다. 그는 자기의 장래는 항상 밝고 찬란하리라 생각을 했다.

 

그러던 그가 특목고 진학에 실패했다.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실패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미래에서 이탈한 자신을 보며 괴로워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연애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옛날에 공부했던 가닥이 있어서 그런지 시험 성적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 고3이 되었다. 이제는 과거에 공부했던 것으로 성적이 유지되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는 다시 공부를 열심히 시작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SKY대학에 당연히 진학할 거라 생각했던 과거는 이미 예전에 희미하게 사라졌다. 그는 간신히 수도권 내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남자는 명문대 입학을 못 한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제일 잘못된 점이었는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내 남자는 자신이 대학은 다른 것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2초]

도박에 손을 댄 것이 문제였을까?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남자는 아직도 자신이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은 결국 부자가 될 것이며, 성공한 삶을 살 것이라 다짐한다.

 

자신의 꿈과 재능이 무엇인지 모른 채 성적에 맞추어 대학에 입학한 남자는 과 생활에 흥미를 잃고 자신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남자는 옛날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토토’, 토토를 하면 남자는 충분히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는 학교생활을 등한시한 채 사설 불법 토토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만원, 이 만 원 돈을 건다. 평소 좋아하던 축구 경기를 보며 승, 무, 패를 예측하고, 돈을 따는 것은 그에게 쉬웠다. 가끔 잃기는 하지만 온종일 경기 분석을 하고 그에 따라 배팅을 해 돈을 버는 것은 그에게 하루 일상이 되어버렸다. 돈을 점점 따면서 돈을 거는 액수 또한 점차 커졌다. 그렇게 몇 달 남자는 몇 천만 원이 넘는 큰돈을 따게 된다. 남자는 자신감이 붙었고 도박에 완전히 중독되어 버린다. 그는 ‘토토’뿐만이 아니라 이번엔 주식, 그리고 한창 뜨고 있던 비트코인에도 투자를 시작한다. 돈을 따는 쾌락에 맛이 들인 남자는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뛰어내리고 있는 지금, 이제는 도박과 같은 것을 하지 않고 모두 끊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비록 현재는 돈을 모두 잃고 몇 억의 빚이 생겼지만, 도박을 끊고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갚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3초]

토토, 주식, 비트코인의 실패가 잊히자 남자에게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만을 믿어주고, 키워준 부모님의 가슴에 큰 대못을 박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져 온다.

효도를 못 해왔던, 부모님을 찾아보고, 전화 드리는 것도 귀찮아했던 자신이 미워진다. 앞으로는 진짜 부모님의 속을 안 썩이고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고,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4초]

이제 그가 가지고있던 모든 문제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다.

그가 차가운 강물과 마주할 시간은 단 1초.

 

'앞으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

.

.

.

.

.

.

(풍덩)

.

.

.

.

.

.

.

.

한 사람이 뛰어내려 물에 빠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4초 남짓이라고 한다.

하지만 뛰어내리는 사람들은 그 4초 동안에 자신이 뛰어내리는 문제를 제외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시계

반응형

'내가 쓰는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용할 수 없는 라이터>  (0) 2024.02.08
<부자>  (0) 2024.02.03